가족 모임 자리에서 누군가 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거나, 아직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메일 알림이 울리며 답을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립니다. 팔다리는 젖은 모래라도 채워진 듯 무겁고, 나는 벽만 멍하니 바라본 채 말도, 움직임도, 원하는 감정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수년 동안 나는 이 반응이 게으르고 비겁하며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세 시간 동안 휴대폰만 넘기며,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미워하고 마비된 기분에 빠져 있었습니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나의 신경계가 내린 최종 생존 결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자극이나 정서적 위협이 감당할 수 있다고 느끼는 한계를 넘어서면, 우리 몸은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습니다. 비상 브레이크를 당기죠. 바로 ‘멈춤(Freeze) 반응’으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멈춤은 도덕적 결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물학적 보존 전략입니다. 내 몸이 왜 얼어붙는지 이해하게 되면, 자신과 싸우는 일을 멈추고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녹여낼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Loading discu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