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는데 누군가 대놓고 내 앞으로 끼어들 때, 혹은 밤새 붙들고 있던 일의 공을 다른 사람이 스스로에게 돌리는 메일을 읽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제 턱에 힘이 들어갑니다. 배 속에는 묵직한 압박감이 차오르고, 어깨는 굳어지며, 등줄기를 따라 뜨거운 열기가 확 올라옵니다.
바로 그 찰나에, 제 몸은 제 경계를 지키기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그 에너지를 밀어내며 안으로 돌리면, 그것은 씁쓸한 원망과 말없는 삐침, 혹은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독한 혼잣말로 삭아 들어갑니다. 반대로 그것을 터뜨려 상대를 공격하면,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파괴의 흔적만 남습니다.
어느 쪽 극단도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분노와 좌절, 체력과 열정은 모두 같은 하나의 생물학적 신호에서 비롯됩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무언가가 나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속 깊은 곳이 먼저 알아차리는 신호입니다.
자신의 분노를 죄나 인격의 결함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면, 그 거친 연료를 분명한 경계 세우기와 인내를 다한 작업, 그리고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지키는 힘으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Loading discu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