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으면, 방 안이 조용해진다. 당장 급하게 해치워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30초도 지나지 않아 정강이와 가슴께에서 묘한 불안이 슬며시 피어오른다. 나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들고, 앱을 열고, 항공권을 검색하고, 벌떡 일어나 책장을 다시 정리하고, 앞으로 6개월 치 프로젝트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우리 대부분은 ‘도피 반응’ 하면 짖어대는 개에게서 전력으로 달아나거나 불타는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대의 일상에서 도피는 좀처럼 ‘두 다리로 뛰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는 움직임의 형태로 나타난다. 빈 저녁 시간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일정을 채워 넣는 것, 하나를 끝내기도 전에 다섯 개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것, 혹은 오늘 오후의 고요한 현실을 결코 마주하지 않아도 되도록 머릿속에서 미래를 계획하며 그 안에 머무는 것.
도피 반응은 정서적 불편함을 앞질러 달아나기 위해 설계된 적응적 생존 습관이다. 자신이 무엇에게서 도망치고 있는지 이해하고 나면, 마침내 달리기를 멈춰도 된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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